1. 영화정보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신작이며, 마틴 에이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 아카데이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과 음향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국내에 개봉하였습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보이는 영화와 들리는 영화 두 가지 중 들리는 영화가 더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루돌프 회스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그린 영화인데, 실제로 그 집에 방문하였고, 영화처럼 수용소 벽과 붙어있었으며, 그 벽을 보고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감독이 그곳에서 90세의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할머니가 열두 살 소녀 시절에 외부 일을 하러 나오는 수용자들에게 먹이기 위해 과일을 꽂아두는 위험천만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작곡을 했던 예술의 흔적과 희망을 봤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2. 줄거리
영화 시작 2분여동안 뭔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영상은 암흑 그 자체로 소리만 들려옵니다. 이어서 조금 전 영상과는 대비되는 회스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인 루돌프 회스는 아내 헤트비히, 다섯 명의 자녀와 수용소 담장 바로 옆에 살고 있습니다. 수용된 유대인의 것으로 추측되는 옷 보따리에서 모피 옷을 골라 입고 일하는 하녀들에게도 옷을 골라 입으라는 자비를 베풉니다.
창문 너머로는 매일 유대인을 소각하는 연기화 섬광이 뿜어져 올라오고, 괴성이 들려오지만 부부는 자기들 일상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주인공 루돌프 회스는 유대인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일을 맡았습니다. 가스실에서 적재물을 태우는 동안 한쪽 화로가 열을 식히고, 다른 화로가 타오르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평온했던 가족의 평화에 위기가 찾아오는데, 루돌프의 근무지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게 되고, 정성들인 저택에서 떠날 것을 싫어하는 아내와 가족들을 남기고 홀로 떠나게 됩니다.
루돌프 회스가 일에 빠져 지내는 와중에 리베헨셀이 수용소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여 다시 교체 된다는 통보를 받고 아내에게 다시 돌아갈 거라고 전합니다.
이후 장교들과 축하 파티 후에 계단을 내려오던 주인공이 구역질을 하면서 2023년 박물관이 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장면이 나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옷과 신발, 목발 등이 보이고 이곳을 청소하는 청소부들이 비치고, 다시 1944년으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관람평
나치의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이지만 12세 관람가가 얘기해주듯 학살당하는 장면이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장면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표현하거나, 오로지 음향으로만 전달되는데 독창적인 연출로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지만,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보이는 화면에서 루돌프의 가족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일수록 그들의 악행이 더 대비되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총소리, 구령 소리, 굉음은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관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만듭니다. 루돌프 회스는 집에서 잠들기 전, 집안의 모든 조명을 끄는 일을 담당하는데, 여러 가지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아내 헤트비히는 부지런히 집안을 가꿉니다. 정원을 가꾸고, 수영장과 여러 시설들을 살피고 갖춰나갑니다. 상냥하고 인자해 보이지만 악마적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헤트비히 의 집에 온 어머니는 매일 밤 이뤄지는 끔찍한 학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떠나게 되고, 어머니가 남긴 쪽지를 보고는 헤트비히는 곧장 태워버리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너의 비극은 나와는 상관없다' 과거의 홀로코스트가 아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전쟁, 학살 등으로 무고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과거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유대인 또한 다를 수 없는데, 남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나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우리도 지금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객들에게 현 시대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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